기사제목 [비트코인 파헤치기⑨] IT강국 한국에 블록체인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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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파헤치기⑨] IT강국 한국에 블록체인이 필요한가

기사입력 2018.07.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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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 닥쳤다.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들의 사연이 빗발쳤다. 어느 날부터 뜨겁게 투자 붐이 불더니 또 어느 날 엄청나게 부풀었던 거품은 거짓말처럼 훅 꺼졌다. ‘블록체인 파헤치기’ 시리즈에서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해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다루어 보려고 한다. 연재 시리즈는 한화투자증권 김열매 애널리스트의 ‘블록체인 이상과 현실 어디쯤 와 있나’를 토대로 구성했다.

[중소벤처신문=신지민 기자] 블록체인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지만 당장 모두가 뛰어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블록체인 관련 컨퍼런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인펀시(infancy), 앳 더 얼리 스테이지(at the early stage), 투 영(too young)이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 조차도 이더리움은 아직 30% 정도밖에 구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초당 거래 건수를 높여야 하고,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 데이터 분산 저장 기술도 아직 완벽하진 않다. 인터넷 프로토콜과 같은 표준화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현재로서는 블록체인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훨씬 편리하다.
 
특히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강국이다. 전자정부 서비스가 잘 갖춰져 있고 모바일 뱅킹, 모바일 쇼핑, 메신저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구축돼 있다.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불편함이 없다면, 기존 인프라가 잘 돌아가고 있다면 굳이 블록체인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며 “중앙집권형 기관을 신뢰할 수 있고 중계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탈중앙화를 위한 블록체인은 더욱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체인을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기존 시스템으로 구현하지 못한 부분, 예를 들면 무료로 배포된 디지털 자산 거래나 사회적 투자, 기부사업처럼 비용이 발생하고 거래관계가 존재하지만 시스템이 체계화 되지 않은 분야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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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국에서 각광받는 블록체인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 약 17억 명이 은행계좌가 없다. 2011년에는 27억 명이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중국, 인도, 아프리카 신흥국에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은행계좌를 개설했다.
 
아프리카나 저개발 신흥국은 은행지점이나 ATM 기기를 설치하기 어렵다. 케냐, 가봉, 수단 등 아프리카 빈국에서는 모바일 머니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케냐는 엠페사라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있다. 엠페사는 2007년 현지 통신사인 사파리콤과 보다콤이 만들어 알바니아, 콩고, 이집트, 가나,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에서 3000여명이 사용 중이다.
 
엠페사는 엠페사 로고가 부착된 동네 상점에서 휴대전화번호와 연결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송금 시 상대방 전화번호와 송금액을 누르고 전송하면 된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상점에서 메시지와 비밀번호를 제시하면 현금을 받을 수 있다.
 
모바일 머니에 익숙해진 아프리카인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폐에도 거부감이 없다. 비트페사는 2014년 케냐에서 비트코인 송금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암호화폐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국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고 국경을 넘는 금융 거래 시 은행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시간이 짧게 걸려서다. 선진국의 뱅킹 서비스에 비하면 아직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저개발 국가에서는 유용하다.
 
블록체인은 부패한 정부나 기관이 오명을 씻고 신뢰를 회복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중앙아메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온두라스는 오랜 기간 군부 독재 체제 하에 있었다. 온두라스는 가장 부패한 국가 상위권에 자리했다. 군벌, 토호세력, 관료조차 시민의 토지를 권력으로 빼앗거나 불공정 거래가 빈번했다. 온두라스 정부는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팩텀의 기술을 도입해 국가 토지대장을 블록체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는 엠페사 모바일 머니나 블록체인 등기부 등본과 같은 서비스의 필요성을 못느낀다. 은행 시스템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고, 환율은 안정적이며, 등기부 등본을 의심할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우리나라 같진 않다. 위의 온두라스와 비슷한 국가들은 블록체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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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한 중개자 없이 신속하고 투명한 원조
 
국제 원조 사업 역시 신뢰가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유엔과 유니세프 등 국제 원조기구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투명하고 신속한 원조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시계 최대의 식량 원조 구호단체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지난해 5월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 1만 명에게 암호화 된 140만 달러 상당의 음식 쿠폰을 전달했다. 상점에서는 스캐너로 쿠폰을 식별하고 데이터를 확인했다. 모든 거래 기록은 이더리움 분산원장에 남았다.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금융 수수료를 줄이고 인건비와 소요시간도 줄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 하다드는 지난해 멕시코에서 열린 이더리움 개발자 회의에서 올해까지 50만명 이상의 난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보건기구의 의료기록, 유니세프의 교육인증, 유엔세계식량계획의 영양 데이터 등에 난민들이 개인키 하나로 접근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열매 애널리스트는 “기술의 진보는 빠르고 관료화된 조직은 느리다”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료주의를 없애고 세계 각 기구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가 높아지면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원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합당한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는 것을 세계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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