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정치학자 송문희 박사가 말하는 '미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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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송문희 박사가 말하는 '미투 운동'

기사입력 2018.07.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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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jv11117286.jpg▲ gettyimagesbank
 
[중소벤처신문=신지민 기자] 뉴욕의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북경에 폭풍을 일으키는 ‘나비효과’처럼 10년 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미투(Me Too)’ 운동이 온 세상에 큰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라며 미투 운동을 격려했다.
 
전 세계적인 뜨거운 연대와 지지 속에 미국에서는 직장 내 성폭력을 예방하고 지원하는 단체 ‘타임스업(Time’s up)’이 설립됐다. 타임스업은 문자 그대로 “그들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모든 것은 피해 여성들의 용기 있는 폭로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거세다. 우리는 세상 변화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는 과거형 인사들의 끝없는 추락을 날마다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터질 게 터진 것일 뿐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일이었을 뿐이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은 정말 말하지 않았던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이들의 가냘프지만 절박한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거나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상호 소통 과정이다. 들을 준비가 안 된 사회가, 왜 그동안은 말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것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동안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를 사회 시스템 내에서 문제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문화적·제도적·인식적 기반은 매우 취약했다. 거기에다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위축되고 무력해졌다.
 
성폭력은 무슨 괴물 같은 이상한 놈들에 의해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로 오르내리던 원로 시인은 어린 여성 문인들 앞에서 자기 물건을 꺼내 흔들며 “너희, 이렇게 할 용기 있어? 이런 것도 못 쳐다보면서 무슨 시를 쓴다고!” 하며 히죽거렸다. 여성과 약자를 향한 이런 범죄는 오랜 세월 문단이란 조직과 권력을 등에 업고 묵시적 방조 하에 계속되었다.
 
잠깐 과거를 회상해 보면 중·고등학교 시절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여학생의 겨드랑이를 만지며 “이게 가슴 만지는 느낌과 똑같다”며 느끼던(?) 남자 선생님, 교문 앞에서 수시로 옷을 벗어제끼던 바바리맨의 기억이 또렷하다.

GettyImages-jv11114583.jpg▲ gettyimagesbank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온갖 종류의 남자들을 만난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갖춘,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남자들이 술기운을 빌어 추근대거나 심지어 야한 동영상을 전송하기도 한다. 정색하고 문제 제기하면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남자 동료한테 보낸다는 것이 실수로 잘못 눌러졌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이 돌아온다.
 
나같이 중년의 기센 여성도 막상 이런 일을 당하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내가 헤프게 보였나?’라는 셀프 점검부터 들어간다. 하물며 젊은 사회 초년생 여성들에게 자행되는 이런 일상적인 성희롱과 성폭력은 말해서 무엇 하랴.
 
최근 한 유력 정치인의 성폭력 재판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은 “피해 여성이 아동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혼인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여성으로서 주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이기에, (이런 여성이) 성적 자기 결정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해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로 엘리트, 전문직 여성들도 직장에서 성추행·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범죄 피해 여부는 학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혼인 경험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미 2차 피해이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저급한 인식 수준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도 돌아본다. 나 역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많은 성희롱 현장을 보고도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무심코 지나쳐 버리거나 애써 모른 척 수수방관하며 외면한 적은 없었는지.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고 일상의 권력 관계를 재구성하는 물결이다. 우리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정한 사회 혁명을 위한 비싼 대가를 치르는 만큼 세상은 변화하고 진보할 것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고 말했다. 나 또한 나의 딸이 살아갈 세상이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이 글을 적는다. 우리의 딸과 아들이 살아갈 세상은 인간이기에 평등하고 존중받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하기에. (‘펭귄 날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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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송문희 박사가 사회의 성차별, 성폭력 병폐를 꼬집은 책 ‘펭귄 날다(미투에서 평등까지)’를 출간했다.
 
전 세계를 뒤집어엎는 미투 운동으로 연일 온·오프라인이 시끄럽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는 증언들과 일부 유명인들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는 폭로 속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와 격려, 한편으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까지 세상이 뜨겁게 달궈졌다.
 
송문희 박사는 미투 운동은 그동안 묻혀왔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마침내 표출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투 운동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데이트 폭력부터 사회 속 권력을 가진 자의 갑질 횡포까지, 종류만 다를 뿐 한결 같은 성차별과 성폭력이 내재해왔음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폭력은 이상 묵인되어서는 안 됨을 역설한다.
 
저자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과 성폭력’의 문제에 있어서 둔감하고 비합리적인지 알게 된다. 사회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관념과 의식 역시 번데기에서 나비로 다시 진화할 필요가 있음도 알게 된다.
 
미투 운동을 고발하는 과정에서도 사건의 보도가 ‘피해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 왜 진작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되려 피해자를 추궁하는 점, 학교에서 가르치는 성폭력 예방 교육도 피해자가 먼저 조심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점 등등을 꼬집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미투 운동을 통해 우리가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논의가 존재하는 만큼 결코 무의미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믿게 된다.
 
정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 미투 운동이 어떤 장애물에 부딪힐 수 있는지, 미투의 사각지대는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다뤘다. 미투 운동을 통해 청산해야 할 것,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우리들의 후손은 더 이상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살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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