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비트코인 파헤치기⑥] 비트코인은 화폐를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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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파헤치기⑥] 비트코인은 화폐를 대체할까

기사입력 2018.06.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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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jv11011174.jpg▲ gettyimagesbank
 
[편집자주] 지난해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 닥쳤다.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인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이들의 사연이 빗발쳤다. 어느 날부터 뜨겁게 투자 붐이 불더니 또 어느 날 엄청나게 부풀었던 거품은 거짓말처럼 훅 꺼졌다. ‘블록체인 파헤치기’ 시리즈에서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대해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다루어 보려고 한다. 연재 시리즈는 한화투자증권 김열매 애널리스트의 ‘블록체인 이상과 현실 어디쯤 와 있나’를 토대로 구성했다.

[중소벤처신문=신지민 기자] 얼마 전 5살 난 아들의 유치원에서 ‘장보기 놀이’를 했다. 각자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벼룩시장에 내놓았고, 선생님은 종이로 만든 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는 놀이였다. 종이돈에는 500원, 1000원, 5000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들은 종이돈 3천원을 주고 여동생의 선물로 빨간색 머리띠를 사왔다.
 
아이들 사이에서 종이돈은 가치가 있었다.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었으니. 아마 ‘장보기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많았고, 구매할 물건이 더욱 많았다면 종이돈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이돈은 유치원 안에서, ‘장보기 놀이’를 하는 순간에만 가치가 있을 뿐 실제 현실에서는 종이일 뿐이다.
 
비트코인은 어떨까.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결제에 사용될 날이 언제 올까. 그리고 그 가격은 얼마나 책정될까. 과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해 생각할 수 있을까.
 
지난해 암호화폐 투자 과열로 각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공학박사, 경제학자, 정치인들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고 반대로 옹호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일부 학자들은 국가에서 보증하지도 않는데다 통제도 어려운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하며 강력한 규제를 통해 제어하거나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그들은 화폐는 국가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법정화폐뿐이고 국가가 보증하지 않는 가상 화폐는 의도적인 사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기로 국가경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힘을 받는다.

GettyImages-jv11097552.jpg▲ gettyimagesbank
 
  
◆ 비트코인 회의론자 vs 예찬론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역임한 미쉬킨 교수는 그의 저서 ‘화폐와 금융’에서 비트코인은 미래의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자거래를 중개수수료 없이 저렴하게 하도록 하는 기술은 미래 전자결제 시스템의 하나의 특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쉬킨 교수는 “화폐의 3가지 기능은 교환의 매개, 계산단위, 가치의 저장인데 비트코인의 경우 교환의 매개로서는 기능을 하지만 계산단위나 가치의 저장 측면에서는 아니다”며 “비트코인의 가격은 변동이 매우 심하기에 가치의 저장 수단이 될 수 없다. 위험성이 크기에 계산단위가 되지 않는다. 상품의 가격을 비트코인으로 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13년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비트코인은 악이다’는 글을 썼다. 비트코인은 정상적 화폐가 아니라 중앙은행을 공격하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있고 금에 대한 물신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탈중앙화는 현존 국가와 화폐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진정한 버블 상태’라며 버블 붕괴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에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며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진정한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재닛 옐런도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블록체인 예찬론자들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없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암호화폐를 금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각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발행 총량이 2100만개로 한정된 것이 금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화폐 이론이라고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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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쟁의 상황에서 금을 들고 다니다가 빼앗길 확률 보다는 장부에 거래기록이 남아 있는 비트코인을 빼앗길 확률이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쟁의 상황에서 인터넷이 되는 곳이 있을까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지난 몇 년 간 자국 통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짐바브웨나 베네주엘라와 같은 국가들은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했다. 2013년 키프로스 사태가 발생하자 비트코인의 거래량과 가격이 상승했다. 자국의 법정화폐 가치가 휴지보다 못하게 된다면, 세계 곳곳의 정치적·경제적 갈등이 심각해지면 암호화폐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한국은 화폐 가치가 안정적인 편이다. 한국을 포함해 자국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선진국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보유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를 대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앙은행이나 금융사의 개입 없이 발행과 거래가 이루어져 거래시간과 비용을 줄였다는 점은 획기적이지만 가격변동성이 지나치게 높고 시간당 처리건수도 제한돼 화폐거래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다만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자산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GettyImages-jv11108180.jpg▲ gettyimagesbank
 
 
◆ 폭등도 폭락도 이상하지 않은 예측불가 화폐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들은 암호화폐가 없이도 블록체인을 만들 수 있다. 프라이빗과 컨소시엄 블록체인에 암호화폐는 필수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없이는 성과 보상이나 분배가 어렵다. 출자한 지분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익을 얻지 못하면 컨소시엄에서 탈퇴히기도 한다. 제이피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금융업계 최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에서 이 때문에 탈퇴했다.
 
초기 자본이 없는 기업들은 암호화폐가 없으면 블록체인 사업에 진입하기 힘들다. 비트코인은 채굴자들에게 비트코인을 발행해 지급한다. 참여자들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이유다. 만약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참여자들은 떠날 것이다. 참여자들이 늘어날수록 네트워크의 가치는 올라간다.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탄생한지 10년이 된 비트코인은 초기에 이렇게 관심을 받진 못했다. 비트코인 채굴가격은 전기요금보다도 적었고, 교환가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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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구매한 첫째 실물거래는 피자였다.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잭슨빌에서 개발자 라스즐로 핸예츠는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1만개의 비트코인을 줄테니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을 배달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3일 뒤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거래 기록은 비트코인 분산원장에 남아 있다.
 
비트코인 이용자들은 이날을 ‘피자데이’라고 부른다. 25달러 정도의 피자 두판과 비트코인 1만개의 교환 스토리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비트코인 1만개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한화로 1천억원 정도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은 화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적되기도 한다. 가격이 급등하면 지출하려고 하지 않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물건을 판매하는 쪽에서 받아주질 않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과거 비트코인을 소수만이 사용했을 때 가치가 낮았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라고 믿고 거래하는 이들이 늘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종이돈과 비교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종이돈과 실물화폐를 구분하게 되는 순간 종이돈의 가치는 하락하게 되는 것처럼 새로운 암호화폐가 나타나 그쪽으로 인기가 몰리고 비트코인 사용자가 줄어들면 가치도 하락할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50조~200조원 사이를 오간다. 이 가격이 적정한지,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화폐로서 보유한 이들도 있고, 가격이 오르면서 더 올라갈 것 같아서 사놓은 투기적 수요도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많아진다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지만 거래소 폐쇄와 같은 강력한 정책이 나온다면 폭락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비트코인의 폭등과 폭락은 전혀 예측되지 않는 도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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