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스타트업CEO] 33세에 10번 폐업, "실패의 습관화가 가장 큰실수"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스타트업CEO] 33세에 10번 폐업, "실패의 습관화가 가장 큰실수"

- 테크블랙홀 김진수 대표
기사입력 2019.02.21 11:0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 테크블랙홀 키워드 3 : 기술 마케팅, 기술 제품, 기술 이전
- 위기관리 강조하며 ‘통장잔고 경영론’ 펼쳐
 
▲김진수(33) 테크블랙홀 대표다.
 
[중소벤처신문=김서윤 기자] 그를 처음 만난 건 7년 전, 몇 년 새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업을 몇 번 말아 먹었다더니 훌쩍 성숙해진 외모만큼 기업가 정신도 중무장하고 나타났다. 스물 여섯 살의 김진수 대표와 사업을 10번이나 폐업해 본 서른 세 살의 그는 결코 같지 않았다. 이제야 성공예감이 든다. 이 친구, 이번엔 뭔가 해낼 것 같다. 
 
“11번째 창업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저녁마다 2시간씩 한강둔치에서 산책을 합니다. 사업에 10번이나 망하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이번 사업을 폐업하는 순간 더 이상 스스로에게 사업할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요. 20대부터 시작한 사업은 길면 6개월이었습니다. 조금 하다가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갈아타고를 반복했죠. 지금 생각하면 비겁한 습관이었습니다. 사업가, 특히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다가오는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은 앞으로 나가는 걸 막습니다. 매일 저녁 나를 포기시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리셋하고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33세에 사업을 10번 망해봤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망하면서 얻은 지혜는 그만큼 값지고 단단하다.
  
김진수(33) 테크블랙홀 대표는 지난 8일 중소벤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간 10번의 창업을 폐업하게 된 사연과 마지막으로 도전한 ‘기술 이전 플랫폼’ 사업 테크블랙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 대표가 그동안 벌였던 창업을 간략히 설명하면 23세 대학시절 고가의 전공서적을 5천원에 복사해 판매하겠다고 나섰다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접었다. 24세에는 경영학과 선배 5명과 500만원씩 모아 공동 창업으로 전국 특산물 유통 체인 사업을 펼쳤다. 냉동탑차를 구매하고, 당시 유행하던 캐릭터 탈을 쓰고 계약 맺은 유치원에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동 창업한 이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6개월 만에 탈퇴했다. 끈기 부족이었다.
 
대학 마지막 학기엔 한 달 치 생활비를 들고 서울로 상경했다. 라면 두 박스를 사서 고시원에 들어가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떼다 팔았다. 하지만 한 달 간 한 켤레도 팔리지 않았다. 당시 유행하던 커넬형 이어폰도 팔아봤다. 수익은 고작 30만원뿐이었다.
 
생활비를 탕진한 그는 넉 달 동안 공사판 인부로 일했다. 김 대표는 명동 바닥에서 타일을 깔며 또래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며 부러운 한편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용직을 관두고 지방에 위치한 태양전지 회사에 입사했다. 그것도 잠시, 곧 그만 두고 모 대학교에서 온실 가스 전문가 과정 자격증을 땄다. 이후 서울시 ‘청년창업1000프로젝트’에 합격하며 다시 창업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자신의 창업보단 다른 이들의 창업을 돕는 것에 더욱 즐거움을 느꼈다고. 전체 500개 스타트업 기업 중 반장을 도맡았지만 자신의 창업은 하락세를 걸었다.
 
다음으로 도전한 전시 물품 디자인 창업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접었고, 모 대학 창업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기획한 오프라인 크라우드 소싱 사업도 몇 달 만에 접었다. 다음으로 기획한 온라인 크라우드 소싱 사업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저의 부끄러운 실패담입니다. 10년 간 10번의 창업으로 얻은 매출 총액은 1000만원이 안되더라고요. 대학시절 도서관 사서 일을 하면서 성공한 사업가들의 책을 즐겨 읽었는데 ‘빨리 실패를 해봐야 성공할 수 있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책대로 빨리 실패해보는 게 목표였는데 연달아 실패만 했죠. 나만의 방식이 아닌 남의 것을 따라하려고 한 것이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실패를 습관으로 만들었던 것이 가장 큰 실수였죠. 몇 번의 실패 끝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나만의 스타일로 끌어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김 대표는 인류 공헌을 위해 창업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조금 뒤로 미뤄 두었다. 그가 테크블랙홀을 창업한 이유는 자유를 위해서다. 그는 “내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도록 회사 내부 시스템을 갖춰 놓고 전 세계를 다니며 신기술을 발견하는 일이 곧 자유”라고 설명했다.
 
사업에 이렇다 할 정답은 없다. 그저 경험이 답을 말해줄 뿐. 기업의 대표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성장 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튼튼한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2년 간 이끌어 온 11번째 사업 테크블랙홀에 대해 소개했다.
 
▲김진수 테크블랙홀 대표
 
◆ ‘기술 이전’ 플랫폼의 국내 대표주자로 ‘우뚝’
 
“이전 직장에서 매년 국제융합과학기술학회를 열었는데 전 세계 석학들의 기술 관련 논문을 보면서 느꼈죠.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국가라는 것입니다. 기술 이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어요. 그때부터 어떻게 연구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선 국내 대학교와 연구소의 훌륭한 기술들을 기업으로 이전하기 위한 영상을 제작하자고 결심했죠. 어려운 기술 용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는 영상보다 좋은 게 없잖아요?”
 
김 대표는 2015년 2월 테크블랙홀을 창업하고 국내외 기술 거래 활성화를 위한 기술 이전 및 기술 영상 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는 2년 만에 덩치가 커졌고 올해 7월까지 직원을 18명까지 두었다. 하지만 올 여름 잠시 사업이 휘청했다. 직원 월급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하나 둘 씩 퇴사하고 지금은 3명의 정예 멤버로 구성돼 있다. 
 
“직원 중 한 명이 수 천 만원 상당의 영상소스를 갖고 퇴사했어요. 또 다른 직원은 퇴사한 다른 직원에게 영상을 넘겨주고 있었고요. 경영 능력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무조건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야망뿐이었어요.”
 
힘든 일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올해 1월에는 함께 일하던 촬영감독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일도 겪었다. 그날 이후 김 대표는 사업에 꼭 성공해 고인이 된 감독의 이름을 딴 과학영화를 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사업 목표도 바뀌었다. 인류에 공헌하기 위해 사업에 나섰지만 현재 1순위는 건강, 2순위는 행복, 3순위는 리스크 관리, 그 다음이 회사의 성장과 인류 공헌이다. 또 다른 사업 목표 중 하나는 평생 도움을 준 이들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우주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전 세계의 기술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목표로 테크블랙홀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힘든 시기가 있는데 직원들이 떠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일어섰습니다.”
 
테크블랙홀의 사업 분야는 세 가지다. 우선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을 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는 기술 영상 마케팅을 진행한다. 또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아 연결한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국내 및 해외로 수출하는 등 판로개척도 돕는다.
 
테크블랙홀은 창업 후 2년 간 총 22건의 기술이전을 도맡았다. 20여개 기업에 통상 실시권(기술을 구매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최근 기술 창업가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고가의 영상 제작 단가를 확 낮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술 관련 영상 제작에 1000만원이 드는데 비해 테크블랙홀은 300만 원 대로 책정했다. 영상 제작이 비싸다는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겠다는 계산도 포함됐다. 단 몇 초 만에 새로운 기술을 영상을 통해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은 테크블랙홀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테크블랙홀은 창업진흥원 스마트세계로누림터에 입주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올 9월에는 BLT특허법인과 손잡고 국내외 기업과 대학을 매칭해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하고 최종 계약까지 성사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해외 변리사들까지도 합세했다. 내년 1월에는 미국 보스톤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기술 이전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실리콘벨리 기업의 제품을 동남아시아로 판매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기술이 필요한 기업과 해당 기술을 갖고 있는 기관의 매칭이 중요합니다. 그를 위해 기술 영상을 제작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는데 서른 곳이 넘는 기업에서 러브콜을 보내왔죠. 영상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테크블랙홀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아직까지 시도하지 않은 분야였다는 점도 한몫했다. 시장성이 있는 차별적인 사업 아이템이었던 것. 테크블랙홀은 대학의 연구소, 영상 제작사, 특허 기술 거래사, 기업 등 연결된 4곳 모두가 윈-윈하는 그림을 그렸다.
 
“현재까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기술 거래 기관은 100여개가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통한 기술 이전 사례는 아직 없어요. 현재 국내엔 기술 거래 기관들이 존재하고, 영상 촬영 업체들도 많죠. 이를 아우르는 기술 영상 홍보와 이전 마케팅 사업을 기획한 이유입니다.”
 
김 대표는 그간의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관리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신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통장잔고 이론’을 펼쳤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겨우 1년에서 3년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대부분일 겁니다. 중소기업이나 저희 같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6개월 버틸 정도일까요? 대부분 빚으로 시작하는 이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위기가 와도 망합니다. 만약 통장 잔고를 10년 버틸 정도로 쌓아 놓는다면 100년 기업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우선돼야 합니다. 더 이상 마이너스 경영은 하지 않을 겁니다.”  
 
김 대표는 수많은 기술을 분류해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구글의 ‘알파벳’처럼 테크블랙홀의 A-Z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M(마케팅)에서 전 세계의 기술을 홍보하는 P(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자체적인 I(연구소)를 세우고, F(파이낸스)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30~70% 개발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100% 완성된 기술로 만들어 내는 것, 이 중심에 테크블랙홀이 있습니다. 이미 개발이 완료돼 제품화 된 것을 알리는 회사들은 많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상태의 기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가 이끄는 테크블랙홀은 올해 말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해외 진출 길도 열렸다. 그는 “11번째 창업인 테크블랙홀이 인생의 마지막 창업이길 기대한다”며 “내년부터는 투자를 받을 생각도 있다. 염두에 두고 있는 투자사는 국내에서는 알토스벤처스, 해외에서는 블랙록 자산운용사”라고 귀띔했다.  

 
<저작권자ⓒ중소벤처신문 & joongven.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명 : 중소벤처미디어그룹 | 제호 : 중소벤처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03063 | 등록일 : 2014년 3월 20일 | 발행일자 : 2014년 3월 20일 | 발행인: 장금분 | 편집인 : 이종현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 288 대륭포스트타워워1차 1212 | 대표전화 : 02)3662-998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현  
    Copyright © 중소벤처신문. All rights reserved. 보도자료 및 제보 : news@joongven.com
    중소벤처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사진,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 요강을 준수하며, 제휴기사 등 일부 내용은 본지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